첼로 어르신

《첼로 어르신의 하루 #1 – 침대는 내 것》

🛏️ 오늘도 첼로 어르신은 내 침대의 정중앙을 차지하고 계셨다.

그분은 늘 그러하듯, 아침 햇살이 드는 자리를 정확히 계산하신다. 베개 두 개 중, 더 포근한 쪽을 골라 지그시 눕는다. 내가 잠깐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는 순간, 그 자리는 이미 첼로의 것이 되어 있다.

사람이 먼저? 고양이가 먼저다. 그게 우리 집의 불문율이다. 첼로 어르신이 먼저 눕고, 내가 그 빈틈을 찾아 옆에 겨우 누운다. 그럼 어르신은 살짝 눈을 떠 나를 한 번 본다. 그 눈빛엔 이런 말이 담겨 있다.

“인간아, 네 자리는 거기 아니었을 텐데.” – 첼로 어르신

물론 나는 말대꾸하지 않는다. 어르신께선 눈빛으로 말하시고, 나는 얌전히 복종하는 집사이니까.

어르신의 하루는 침대 위에서 시작된다. 가끔은 창밖을 바라보며 명상을 하시고, 가끔은 나의 노트북 위에 눕는다. (왜 굳이 노트북 위일까?) 그런 날엔 블로그 작업은 잠시 미뤄야 한다. 첼로 어르신이 가장 중요하니까.

침대 위에 누운 그분의 털은 빛을 받아 반짝인다. 잠든 듯, 깨어 있는 듯한 얼굴로 세상의 흐름을 모두 꿰뚫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생각한다.

나는 누구의 집에서 살고 있는가?

첼로의 집이다. 나는 잠시 묵는 닝겐 하숙생일 뿐.

😽 오늘도 어르신께 침대를 빌려 쓰는 걸 허락받은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옆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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