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는 눈을 타고 흐르고, 인생은 들것을 타고 흐른다〉
부제: 벗은 채로 119를 탈 순 없잖아, 그래서 일어난 일들
2024년 10월 14일, 엄마와 나는 충북 청주동물원에서 바람을 쐰 뒤 인천 소래포구로 달려갔어요. 엄마가 꽃게찜을 먹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여행이 길어져 몸이 피곤했지만, 호텔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며 수다를 떨다가 스르르 잠들었죠. 엄마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호흡기 장애로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에요. 그래서 이 여행은 더 소중했어요.
대체 텍스트: 엄마와 함께한 청주동물원에서의 따뜻한 하루

다음 날, 2시 레이트 체크아웃을 해두었기에 느긋하게 1시쯤 일어났어요. 엄마를 씻겨드리고, 이어서 내 머리를 감기 시작했죠. 나는 욕조 옆에 살짝 걸터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
“뚜둑.”
분명 내 몸에서 난 소리였어요. 순간 몸이 붕~ 뜨더니, 다음 기억은 엄마의 비명이었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엄마도 욕실 바닥에 나란히 누워 있었어요. 둘 다 아무것도 안 입은 채로요. 그 와중에 난 말했죠.
“엄마… 샴푸 좀 행궈줘…”
눈을 타고 흘러내린 샴푸 때문에 눈이 너무 따가웠거든요. 엄마는 힘겹게 손을 들어 내 머리를 헹궈주셨어요.
우린 기어서 침대까지 갔고, 나는 프론트에 전화해 119를 불러달라고 했어요. 상황은 간단했어요. 욕조가 고정되지 않아 미끄러졌고, 허리를 움직일 수 없었죠.
근데 문제는—
“나 지금… 나체에 샴푸머리라고… 이 상태로 들것 탈 순 없잖아…”
나는 정신력으로 옷을 입었어요. 그때 체면, 진짜 목숨보다 무거웠어요.

10분쯤 후 119 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도착했고, 그렇게 나는 들것에 실려 이동했어요. 사람들 시선보다 창피한 건, 내 인생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것 같은 그 기분이었어요.

응급실에 도착해 진단받은 결과는 충격이었어요.
요추 2번 압박골절, 척추 4·5·6번 함몰
이후 174일 동안 병원 침대에서 생활하게 됐어요. 세상에 내 자리 하나 만들려고 샀던 182.best는 그렇게 시작되었죠.

옆 침대에서 엄마는 부은 얼굴로 힘겹게 앉아 있었어요. 두 눈은 빨갰고, 숨은 거칠었어요.

그때 나는 생각했어요.
“아, 내 인생도 들것을 타고 다시 시작하는구나.”
이제부터 내가 남길 기록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에요.
**〈슬기로운 환자생활〉**은, 바로 이 날, 이 사건에서부터 시작됐어요.
👉 다음화 예고:
〈#1 – 입원 첫날, 병원이 이럴 줄은 몰랐다〉
© 182.best / 기록자: 헤라 대표님
